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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산책

배퉁이

by 테뉴스 2022.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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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배가 통통해!.” 라고  아내가 설겆이를 하면서 말한다.

꽁꽁 숨겼놓았던 나만의 비밀을 들킬까봐 나도 모르게 배에 힘을 주어 얼른 집어 넣었다.

오늘 저녁이 좋아서 많이 먹었나?”  얼버무렸지만 그말이 머리에서 맴돈다.

친구들  창고에 쌓여 있는 쌀가마니들은 나를 배부르게 했다.  특히 고구마, 감자들이  창고에 그득히 쌓여 있는게 우리집이었으면 했다. 우리집은 농사를 짓지 않아 창고도 필요없고 쌀가마니는 본적이 없었다.  대신 쌀독이 하나 있을  이었다. 쌀독이 떨어지면 쌀집에서 사와야 해서 우리집은 쌀이 귀했다.  우리집이 초등학교 들어가는 길목의 사거리에 있었다.  학용품, 과자 등을 파는 구명가게를  했었다. 나는 언제인가 부터 쌀독을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쌀이 손이 쉽게 닿으면 배가 불러왔고 손이 닿지 않아 머리를 안으로 집어 넣을 정도면  독안의 어두움에 마음이 좁혀 왔다.

어느 겨울은 김치국밥을 물리도록 먹은 적이 있다.  밥알이 거의 보이지 않았고 김치만  많이 있는 국밥이었다. 가끔 내가 국에 말아서 먹긴 하지만 이미 말아 나온것은 처음이었다. 진밥을 싫어해서  꼬들 꼬들한 가운데, 가운데 밥을 주시던 어머니였는데 나는  숫가락 뜨지 못했다.

다음날도 동일한 메뉴였다. 그날은 한그릇,  다음날은 최대한 많은 그릇을 비었다. 밥알이 일그러져 김치죽을 넘어 김치국물이었다. 간은 잘들고 씹을 필요도 없고 목에는 거칠게 없으니 잘도 넘어 갔다.   두시간 후면 바로 꺼져버리니 최대한 많이 먹어 두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솟이어서 양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내가 더이상 먹을수 없을 만큼 양은 충분했다. 그때부터 마을 어른들로부터 배퉁이 불려졌다. 배가 퉁퉁하다고 배퉁이’, 배가 통통하다고 배통이’. 이것도 듣기 싫었지만 어쩌랴! 실제로 배가 통통한걸 하지만 배뚱이’,  배똥이 불려지는 것은 참을수 없었다. -, -똥은 듣기도 거북했다. 어감은 둘째 치고 어른들의 놀릴려는 생각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어느새 형들이 따라 했고 친구들마져 이름처럼 불려지게 되었다.  

몇해전  형이 암으로 요양원에 들어갔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서울에 방문했다. 혹시 형과 마지막 시간이 될지 모르니 일체 친구들을 만나지 않을려 했는데 마음대로 안되었다. 초등학교 2반 반장이었던 친구가 1반 반장이 미국에서 오랜만에 왔다고 카톡으로 번개를 쳤나보다.

 학년이  반인 작은 초등학교였다. 그나마 지금은 학생들이 없어서 폐교가 된지 오래 되었다. 학년은 올라갔지만 반을 번갈아 가면서 하기 때문에  아는 사이다.  전국에서 흩어져 살고 있는 30여명의 많은 친구들이 온것도 놀랐지만 전남에서도 왔다는 친구를 보고  놀랐다. 이전에는 서울과 전남 거리는 하루의 일상 거리라 생각지도 못했었다.

당신의 별명은 뭐였나요?

한참 식사를 하고 있는데 어디서

그때  별명이 배퉁이’이었?” 라고 아직도 기억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때 그이후로 한번도 들어 보지 못하고 속으로만 속삭였던 이름!. 이제 누구도 모르고 나만 아는 비밀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었다.

 맞어.”라고 답하며, 오늘은 기억해준  친구가 고마웠다.

오랫동안 교류가 없었던 미국에 살고 있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이렇게 한걸음에 전국에서 모여준 친구들장어구이 가게를 한다면서 가게의 장어를 모두 들고 와서 실컷 먹고 난후 내가 집에 한박스를 가져와 미국에 올때까지 실컷 장어구이로 배를 통통하게 살찌게 했던 친구, 40여년이 지났는데 기억해준 친구 모두가 고마웠다.  이제 모두 나이살로  배퉁이 들이 되었다. 마음만은 날씬한 친구들이다.   

참았던 힘을 빼니 다시 배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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