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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산책

고구마밥

by 테뉴스 2022.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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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고도 생소한 내음이  샤워를 마친 코끝을 건드린다.

호기심이 유발하는 냄새로 나한테 걸어왔다. 고구마 몇개를 좀전에 렌지 넣은  잠시 잊은 것이다.  

오랫동안  구수한 냄새도 잊고 살았다.  

흙냄새와 함께 은은한 향기로 다가왔다.

금방 사라질  같아 눈을 감았다.

은은한 냄새와 함게 어린시절로 걸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창문을 열지 않았다.      

 겨울은 유난히 추었다. 키높이 까지 싸인 눈을 매일 치워댔다.

어느 점심때, 어머니가 고구마와 김치만을 내놓았다. ‘이게 어울려?’ 하고 입에 대기가 싫었다.

나만 빼고 식구들은 잘도 먹는  했다. 솥에  고구마는 물렁물렁해서  싫었다. 이게 점심이라고 하니 먹기는 해야하는데 먹기 싫은 알약을 넘기는 생각이 들었다. 그겨울내내였다. 김치를 사탕 삼아 얹어 먹어보기도 하고 김치국물에 찍어 먹기도 했다.

 

입에도 맞지 않았지만 토실하고 미끈한게  빠진놈들에게는 손이 가지 않았다. 가늘고 구부러지고 보기에 못생긴 놈에 손이  갔다. 많이 먹기도 싫었지만 그런 것들이  어쩐지  맛있어 보였다.

영양분을 토실한 놈한테 빼앗기고 힘들어서 등은 휘었고 이마에는 주름이 자글자글.

 이렇게 못생긴 것들만 골라 왔어?” 아내가 렌지에 넣으면서 말했다.

서울에서 자란 아내는 고구마를 밥으로 먹어 본적도 없고 모른다.

내가 가져 오지 않으면 끝내 버려질수도 있어.’ 말이 나오려다  대신에

 이런게  맛있는 거야.”  튀어 나왔다. 

 겨울 이후로 한번도 고구마를 김치와 함께 먹지 않았다. 절대 그렇게  먹을수 없었던  처럼 기억에서 지웠다. 그러나 오늘은 가스렌지의  소리가 기다려진다. 빨리 냉장고의 시원한 김치를 얹어 고구마를 먹어야겠다.

!

아내는 간식으로 나는 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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