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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산책

눈의 일식과 마음의 일식

by 테뉴스 2022.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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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잠에서 일어나 눈을 떴는데 내눈에서 일식의 광경이 연출되었다. 그런데 장관이 아니었다. 왼쪽 눈에서만 보였다눈동자 가운데 부분이 안보이고 주변만 보였다. 아주 선명한 일식이었다.대신 오른쪽 눈을 감으면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젊은 안과 의사는 원인은 모르지만 40 중반의 남자가 이런 증상이 많이 나타난다고 얘기했다

스트레스등으로 실필줄이 터진 것이다. 화날때 눈으로 피가 몰리는 느낌을 한번씩 경험했을 것이다의사가 자세히 얘기하지 않아도 어느정도 이해가 되었다.

첫번째 수술후 2년은 이상이 없었는데 3년째에 비슷한 증상이 다시 생겨서 가보니 다른 곳에서 실필줄이 터진것이다. 이번에는 중앙이 아니라서 첫번째보다는 심각하지 않았다. 수술후 매년 체크업을 위해서 가야 했다.

코로나로 3년동안 안과를 가지 못했는데 요즘 갑자기 눈이 불편하여 예약을 하고 오늘 방문하는 날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15명정도가 한깐씩 띄엄 띄엄 앉아 자기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의 눈만 보였다. 한눈에 봐도 나이가 나보다 많은 분들이었다. 이번증상은 지난 두번의 경우와 조금 달랐다. 보이는 것은 이상이 없지만 중앙쪽이 아닌 주변에서 터지지 않았을까 자가진단을 하고 병원을 찾았다.

마음의 일식

트랙픽이 있을수 있으니 조금 일찍 나섰는데 막히지 않아 1시간 정도 먼저 도착했다. 그래서 생각해보니 기다리고 있는 모든 분들이 바로 오신분들 같았다. 그만큼 나보다 급한 분들 같았다. 언제 자기의 이름을 부르까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한시간쯤 일찍 도착하여 시간에 따라 돈을 내기때문에 주차료가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바로 웨이팅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많은 것을 눈으로 봤으니 이제는 고장이 날때가 된건가? 휴대폰이 문제야.  눈이  쉬어야할 때도 눈을 쉬게 하지도 못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순서를 기다리는데 금방  이름을 불렀다. 다행이었다.

의사를  만나기 간단한 시력검사와 눈의 사진을 찍고 옆의 작은 웨이팅룸으로 들어갔다.

연세가 83세인 (정X씨) 또래인 50대후반으로 보이는 (성X씨) 얘기를 하고 있었다.

의사나 목사들이  알어. 도둑놈들이야.”

 맞아요. 의사, 목사만이 아니라 사람 모두가 그런것 같아요.”

작은 방이어서 똑똑히 귀에 들어 왔다정씨는 목소리가 크고 약간 거칠었다.

“내가 올해 83인데 몇일 전에 이웃 할아버지가 성당에 간다고 간다고 해서 내가 이제부터 힘들거라 얘기 해줬어. 이제까지 하나님을 모르고도  잘도 살았는데 이제부터 하나님의 혹이 하나 붙었다고…”

저한테도 코로나가 많은 것을 바뀌게 했어요. 코로나로 집에서 일하고 시간이 많으니 노자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되었는데  하나님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서 자연스럽게 교회를 안나가게 되었어요.”

정씨는 성씨의 얼굴을 보며 자랑하듯이 말을 했지만 성씨의 말에 얼굴을 바로 보지 못했다.

“뭐지...아! 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하나님을 하나님이라고 하는 순간 항상 있는 하나님이 아니다. 말에 평생 간직한 하나님을 놓아어요

성씨는 숨을 안쉬고 거침없이 내밷었다. 정씨는 가만히 듣기만 했다

한의사로 은퇴했어. 내자랑을 해서 뭐하지만 대단한 명의였지. 한번만 보면 어디가 아픈지 알아.”

그럼 은퇴하셨지만 환자가 부르면 왕진도 다니세요?”

아니, 직접 가지 않고 집으로 .”

마스크가 도움을 주었을까? 뜸금없고 명의라는 말이 거슬렸지만 거짓말같진 않았다. 성씨는 나이든 어른한테 가르치려듯 생각이 들었는지 더이상은 얘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양 옆머리는 바짝깍고 가운데 머리만 펄럭이면서 젊은 남자가 이쪽으로 오면서 불렀다. 인턴인듯 보였다.  

~!”

이야기하다가 두분 모두 대답을 했다. 빨리 얘기를 마치고 싶었는지 아니면 조그만 공간에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었다고 생각했는지 자기 이름을 불러주기를 기다린 했다. 억양으로 봐서 1.5세인 하고 한국말을 했지만 뭔가 어색했다. 이름을 모두 부르지 않고 이름의 한자만 불렀다. 한분은 X이고 한분은 X이나 X 같다.

정씨는 검사를 받을러 갔고 성씨는  그안에서 정씨에게 한말때문인지 안절부절 못했다.

정는 다시 그방을 다시 들어 오지 않았고 성씨 조금 있다 불려나갔다. 방은 정말 조용해졌다. 이제 순서였다.

눈에서 일어나는 일식은 두번, 세번이고 레이저 수술을 하면 된다. 마음의 일식은 18개월만에 한번 오는 아니고 하루에도 몇번씩 찾아온다. 수술은 없지만 수술할 필요도 없는게 마음의 일식이다.  그렇게 많은 일식이기에 자칫하면 일식에 파묻혀 수도 있다. 우리의 마음에 일식이 있다고 아는 것은 정말 운이 좋은 것이다.  

눈은 3년전과 변함이 없고 정상입니다

그런데 흐려지고, 쉽게 피곤하고 이렇게 아프죠?

건조해서 그럴거어요.”

샤워하면 나아지는것 같던데 물이 들어가서 그런가요?”

맞아요. 아프고 불편할때마다 인공눈물을 넣으면 도움이 될거어요.”

터진줄 알았는데 다행이네요.”

“1년후에 다시 오세요. 나가실때 예약하고요.”

눈에 일식이 온줄 알았는데 수술을 필요가 없다는 의사의 말에 안도감이 들었다. 동공을 확장했기때문에 선그라스를 써야했다. 그래도 빛이 내눈을 건드려 따끔 따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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